녹두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변신이 가능한데요. 그 대표적인 음식들로 녹두를 갈아 녹두빈대떡을 많이 부쳐 먹기도 하고 청포묵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죽을 끓여 먹기도 하지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탱탱한 청포묵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맛은 최고인 청포묵무침 함께 만들어 보아요.
청포묵의 효능
녹두는 예전부터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해독 효능을 가지고 있답니다.
항산화 성분이 충부한 녹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혈압을 낮춰주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체내의 열기를 빼줘서 여드름이나 아토피 등 체온이 높아지면 악화되는 질환을 완화시켜 줍니다. 뿐만 아니라
녹두는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피부질환과 해열작용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청포묵은 어린이들의 성장발육과 다어이트에 효과적이랍니다. 또한 피로 회복과 중금속 배출 그리고 알코올 해독에 도움이 되기에 숙취해소에 매우 좋습니다.
녹두묵
녹두묵은 청포묵과 황포묵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청포묵: 치자로 색을 내지 않고 그대로 하얗게 만든 것을 청포묵이라 부릅니다.
황포묵: 치자로 물을 들여 색을 노랗게 내어 만든 것을 황포묵이라 부릅니다.
청포묵은 봄이나 초여름에 주로 즐겨 먹습니다.
청포묵 만들기
재료
청포묵 가루: 1컵
물: 6컵
소금: 1 티스푼
양념
김가루: 적당량
참기름: 1 티스푼
깨: 약간
초간단 버전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얼마든지 세련되고 멋스럽게 만들려면 만들 수 있지만, 조금은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야 하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기에 저처럼 간단하면서도 실속 위주의 요리를 추구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분들께 추천합니다.
일단 청포묵 가루를 준비해 주시고 적당한 컵을 하나 정합니다. 종이컵을 기준으로 하셔도 좋고, 좀 작은 사이즈의 컵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종이컵 사이즈로 했더니 3인 가족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이 나와 오늘은 종이컵 반만 한 사이즈로 한번 먹을 만큼만 만들었습니다.
비율은 무조건 1:6입니다. 청포묵 가루 1, 물 6입니다.
묵 쑤기
냄비에 청포묵 가루 1컵을 넣고 물 6컵을 넣고 잘 저어 섞어 줍니다. 이때 소금도 넣어 밑간을 해 줍니다. 가루가 잘 풀렸다면 중불에 살살 저어줍니다. 젓다가 보면 몽글몽글 투명한 알갱이처럼 엉겨 붙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불을 약불로 하여 계속 저어 줍니다. 알갱이 같은 게 점점 많아지다가 어느 순간 전체가 다 젤리처럼 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다 된 겁니다.
처음에 저는 이것을 얼마나 더 저어야 하나 이게 맞게 되고는 있는 것인가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만 않게 마냥 저어주시다가 전체가 젤리처럼 되면 아주 잘하신 거랍니다.
유리용기 정하기
이렇게 완성을 하셨다면 유리용기가 필요합니다. 기왕이면 사각 유리용기가 좋더라고요. 용기에 뜨거운 청포묵을 부어 굳힐 겁니다. 참 저는 유리용기에 기름칠을 하지 않습니다.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식으면서 약간 수축하여 몇 번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어 주고 뒤집어서 퉁퉁 쳐주면 쏙 잘 빠지거든요.
묵 식혀주기
실온에서 몇 시간 식혀 주고 청포묵을 용기에서 빼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줍니다. 그리고 한 개 맛을 보지요. 혹 싱거우면 간을 따로 해 주어야 하기에 꼭 맛을 본답니다. 보통 저는 청포묵을 쑤는 과정에 소금을 넣어 밑간을 충분히 줘서 무칠 때 따로 간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간혹 컵의 크기에 따라 간이 좀 싱겁게 되었을 때는 맛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맞춥니다.
묵 무쳐주기
이렇게 청포묵을 썰어서 준비가 끝났다면 김가루와 참기름 그리고 깨를 뿌려 살살 무쳐 주면 완성입니다.
청포묵과 나의 만남
어렸을 때 처음 청포묵을 맛보았을 때 그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에 푹 빠져 정말 좋아했었답니다. 그러나 그 좋아하던 청포묵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음식 중 하나였는데요. 그도 그랬을 것이 집에서는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인 줄 알았거든요. 저희 엄마가 요리를 그다지 잘하는 편도 아니셨거니와 요리하는 것을 즐기시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식당에 가도 밑반찬으로 조금 나오는데, 그것도 모든 식당에서 다 주는 것도 아니었고 복불복으로 나오니 제게는 더욱더 별미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청포묵을 좋아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 맛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결혼 후 미국으로 왔는데, 한인 마트 냉장코너에서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청포묵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청포묵?' 새하얀 묵이 포장되어 있는데 너무 단단하고 양도 적었습니다. 가격도 제법 나갔던 것 같고요. 내가 좋아하던 그 청포묵이 맞나 의심이 되었지만, 포장지에 쓰여 있길 뜨거운 물에 데치면 부드러워진다 하니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냅다 카트에 담아 집에 와서 묵을 데쳤는데, 새하얗던 묵이 약간 투명해지며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먹어봤던 그 탱글탱글한 식감은 아니었지만, 아쉬운 대로 너무 좋더군요. 그래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조미김을 마구 부셔 무쳤는데, 상당히 싱겁더군요. 그래서 김을 더 많이 부셔 계속 계속 김가루로 간을 맞췄습니다. 그랬더니 그 뽀얀 청포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시커먼 김가루 무침에 계속 무치다 보니 묵은 다 깨지고... 내 마음도 깨지고... 그렇게 그날은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추억의 맛을 회상하며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조금 더 세련되게 김가루는 적당량 넣고 나머지 간은 소금과 참기름 그리고 깨를 뿌려 멋을 내는 경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먹었던 그 맛을 따라갈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인 마트 냉장코너에서 청포묵을 만나는 것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청포묵이 인기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인기가 없어서 인지 마트에 열 번을 가면 한번 볼까 말까 했으니까요. 미국 한인마트 특히 H마트처럼 큰 한인마트에서는 한국에서 처럼 시식 코너가 있는데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 그곳에서 시식을 하며 시식을 준비해 주시는 이모님께 넋두리를 하였습니다.
청포묵 먹고 싶은 나: "음... 청포묵이 먹고 싶은데, 제가 올 때마다 청포묵이 없어요.(시무룩) 혹시 청포묵은 무슨 요일날 들어오는지 아세요?"
시식 이모님: "어머!! 그걸 왜 사 먹어? 그거 비싸고 맛없어. 직접 쒀 먹어. 그럼 훨씬 맛있고, 저렴해!"
청포묵 먹고 싶은 나: "네에???? 청포묵을 집에서 만들 수 있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어떻게요???"
믿을 수 없었던 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이모님을 붙잡고 알려 달라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어린아이 같아 귀여워 보이셨나 봅니다. 웃으며 청포묵 가루를 파는 곳으로 저를 인도하셨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그곳을 지나다니면서도 그게 무엇인지 조차 몰랐는데, 알려 주시니 정말 보이더군요. 그 옆에 도토리 묵 가루도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오른쪽 옆구리엔 청포묵 가루 봉지를, 왼쪽 옆구리엔 도토리 묵 가루 봉지를 끼고 세상 당당하게 마트를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앞으로 이 가루들로 원 없이 묵을 쒀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줄이야.' 소소함에 마냥 행복해했답니다.
혹시 저처럼 청포묵을 좋아하는데, 방법을 모르시거나 두려우셨다면 당장 도전해 보세요! 어렵지도 않고, 두려워하실 필요는 더더욱 없으니까요. 왜냐? 저도 했는걸요!!
오늘은 청포묵의 효능과 초간단 청포묵 만들기를 해 보았습니다.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 탱탱한 청포묵으로 맛있는 무침 해 드시고 정도 함께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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