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저렴하고 칼로리도 적은 오이는 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식재료 중 하나인데요. 오늘은 이 오이를 이용하여 정말 손쉽게 오이지를 담그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오이지는 시원하면서 상큼한 맛으로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워주는 대표적 반찬 중 하나이지요.
여름뿐 아니라 추운 겨울철에도 커다란 양푼 그릇에 뜨거운 밥 한 공기와 오이지,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 TV 앞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앉아 먹으면 그 맛은 또 얼마나 좋던가요. 그 오이지를 세상 쉬운 방법으로 담궈 맛있게 먹어 보아요.
오이지 담그기
오이 손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라 한국의 조선오이 또는 백오이를 구하기란 쉽지 않답니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피클 오이를 사용하였습니다.
오이지를 담그기에 앞서 제일 중요한건 뭐니 뭐니 해도 식재료의 신선도이겠지요. 아주 싱싱하고 예쁘게 생긴 오이를 잘 골라 데리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신선하고 예쁜 오이를 깨끗한 물에 세척해 주시고 5~10분 정도 찬물에 오이를 담가 주세요.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농약 잔여물을 제거해 주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때 식초를 몇 방울 넣어 담가 주는데, 사실 그냥 수돗물에 담가 놓는 것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왠지 식초를 넣으면 소독이 더 잘 될 것 같은 느낌에서 그리 한답니다. 참고하세요.
깨끗이 씻어진 오이를 잘 살펴 보시고 오이의 꼭지가 길거나 뾰족해서 오이 친구들이 다치지 않도록 가위로 잘라네 줍니다. 아무래도 오이들이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서로 부딪혀 상처가 날 수도 있고, 사용하게 될 지퍼백을 찔러 구멍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이지 담그기
오이 손질이 끝났다면 이제 거의 다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재료 손질은 언제나 가장 신경 쓰이고 제일 힘든 과정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드는 오이지는 전통 오이지 담그와 다르지만, 맛은 매우 흡사합니다. 시간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전통 오이지 담그는 방법보다는 저의 야매 오이지가 더 효율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오이지를 담가 보겠습니다.
재료
오이: 800g (피클 오이 10개)
천일염: 45g
식초: 45g
설탕: 15g
준비물
큰 지퍼백, 중간 사이즈 볼(그릇)
준비된 볼에 천일염과 식초 그리고 설탕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소금과 설탕을 완전히 녹일 것까진 없습니다. 어차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걔들은 녹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적당히 섞어준 뒤 오이를 그 물에 하나씩 골고루 뭍혀 지퍼백에 넣어 주면 끝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저는 전통 오이지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의 양을 줄였는데요. 혹시 단맛을 선호하신다면 1:1:1 비율로 하셔도 된답니다.
숙성시키기
이렇게 완성된 지퍼백을 보면 왠지 모를 흐뭇함이 있습니다. 앞으로 3~4일 동안 지켜보며 관찰을 합니다. 하루에 한 번 지퍼백을 뒤집어 줍니다. 보통 3~4일이면 완성이 되기는 하지만 오이의 크기 혹은 좀 더 익혀졌으면 좋겠다는 주인의 성향에 따라 6일까지 실온에서 숙성시켜 주면 완성이랍니다.
주의사항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아무리 지퍼백이 튼튼하다고는 하나 3~4일 혹은 6일가량 식초물에 닿다 보면 조금 세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답니다.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쟁반 같은 것에 받쳐 놓으시길 권합니다.
마무리
저는 매주 한 번씩 오이지를 담그고 있습니다. 조금씩 담그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매주 새롭게 오이지 무침도 해 먹고 심심하게 시원한 오이지 냉국도 만들어 먹고 있답니다. 어려서부터 꼬돌꼬돌 오독오독 새콤달콤 고소한 향이 솔솔 풍기는 오이지 무침을 참 좋아했었는데요. 자주 먹을 수 없는 귀한 반찬이였던 기억이 있어요. 저희 엄마는 요리에 취미가 별로 없으셨던 건지 아님, 잘 못하셔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해주시 않으셨거든요. 정말 어쩌다 한번씩 오이지를 전통 방식으로 담그실 때가 있었는데요. 아주 대단한 행사와도 같았더랬지요.
물을 한솥 끓이고 소금을 잔뜩 넣으며 어린 제게 과시를 하셨습니다. 소금물에 달걀도 띄우고... 오이지를 담그기 일주일 전부터 커다란 항아리도 준비하고 대대적으로 말입니다. 아~ 그리고 계곡에 놀러 갔다 주워온 커다란 돌도 생각이 나네요. 그렇게 담근 오이지는 항아리 안에서 참 오래도록 익어야 했습니다. 한번 들어간 오이들은 웬 간 해서는 잘 나오질 못했지요. 그렇게 한번 담그면 1년 넘게 먹은 것 같습니다.
보통 그 오이지들은 송송 썰어 찬물에 담아내셨습니다. 저는 그게 참 별로였습니다. 짜고 맛도 없는 그걸 왜 먹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요. 지금 저는 그때의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졌는데요. 지금도 그 맛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가끔 추억으로 한 번씩 먹어 볼 때가 있네요.
여하튼 아주 특별히 저희 엄마가 큰맘 먹고 오이지 무침을 하실 때가 있었습니다. 오이지 짜는 게 힘이 들지요. 오이지를 짜며 막 화를 내십니다. 요리는 좋은 마음으로 해야 맛도 좋을 텐데, 저희 엄마는 희한하게 요리만 하면 화가 참 많아지셨던 것 같아요. 어렵게 오이지를 짜서 무쳐 주시며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는데요.
엄마: "이게 오이 2개다. 예전엔 며느리가 들어와서 오이지를 이렇게 무쳐 상에 내면 시어머니한테 욕먹었다. 안사람이 되어서 이렇게 헤퍼서 쓰겠냐? 했대."
어디서 이런 카더라를 듣고 와서는 오이지 무침을 먹을때마다 읊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아주 조금 오이지 무침을 들어 입에 넣으며 오도독오도독 아주 조심스럽게 씹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 '이게 그리 귀한 것이구나...'
간혹 엄마가 기분이 아주 좋은 날엔 오이지로 사치를 할 때가 있었는데요. 뜨거운 밥에 오이지 무침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줄 때였답니다. 마무리로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에 취해 저의 작은 입이 마냥 신이 나 노래를 해 됩니다. 오도독 오도독~~
이젠 제가 직접 오이지를 담가 오이지 무침도 실컷 해 먹고 비빔밥에 오이지 무침도 많이 넣고 마구마구 사치를 해 봅니다. 저의 작았던 입도 이젠 커져서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지요.
오이지를 담그다 보니 예전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이렇게나 쉽게 담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그 당시 엄마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특히나 이젠 오이지도 직접 손으로 안 짜도 돼서 그리 화를 안 내셔도 되셨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드네요.
오늘은 전통 오이지 담그는 방식이 아닌 야매 오이지 담그기를 해 보았는데요.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손쉽게 반찬 하나 뚝딱 더 추가하여 풍성한 식탁 꾸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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