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바삭~바삭하게 기름에 튀긴 고소한 군만두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대체로 거의 모든 만두를 좋아라 하는 편이지만, 특히 고소하면서도 그 바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군만두를 제일로 좋아한답니다.
그러나 모든 만두가 튀긴다고 해서 최고의 맛을 내지는 않는데요. 오늘은 그 많은 종류의 만두들 중, 튀겼을 때 가장 바삭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계속 손이 가게 만드는 군만두의 최고봉!! "고향만두"를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예전에 즐겨 먹던 고향만두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고, 같이 한번 만들어 보아요.
고향만두
아마 30대에서 50대인 분들이라면, 한 번쯤 고향만두를 드셔보셨지요? 예전의 고향만두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었기에 집에서 즐겨 먹던 만두였는데요. 요즘은 다양한 만두들이 시중에 판매되면서 점차 고향만두는 잊혀져 가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고향만두는 냉동만두의 대중화를 이끈 상품으로써 1980년대 후반에 대 히트를 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몇몇 업체에서 냉동 만두를 생산하였었지만, 고향만두의 성공 이전에는 대중적으로 판매가 되지는 않았답니다. 그렇다 보니 간혹 고향만두를 최초의 냉동만두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실은 고향만두가 최초의 냉동만두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비비고 만두가 대세로 떠오르기 전까지 약 30년가량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브랜드는 유지되고 있답니다. 약간의 패키지의 디자인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녹색과 적색을 기본으로 하는 디자인만큼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경쟁의 격화로 고향만두는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는데요. 이는 경쟁사들이 만두피는 얇게 하고 만두의 속은 꽉 차게 만든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고향만두와의 경쟁을 가속하게 됩니다. 이에 맞서 해태 또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했지만 고객들의 선호와 맞지 않는 품목들로 인해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오는데요.
이는 CJ 그룹의 비비고 왕교자 뿐 아니라 여러 경쟁사의 성공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고향만두는 점차 외면받게 되는 안타까 상황이 되었지요. 결국 소비자들의 취향은 얇은 피와 고기로 꽉 찬 만두 속으로 옮겨가면서 고향만두는 점차 하락세를 겪게 되었습니다.
해태 고향만두의 고급화 전략에도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는 그런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고향만두의 충성고객들마저 떠나기 시작했지요. 그래도 고향만두의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골수팬들이 아직 남아 있고, 나름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 경쟁사들과 맞서며 '고향만두'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답니다.
만두파동
2004년 만두 파동을 기억하시는지요? 이때 고향만두는 운이 나쁘게도 그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이는 어떤 '고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업체가 적발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오해가 생겨나게 됩니다. 사실 이 업체는 HACCP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서 위생적으로 매우 안전한 것으로 알려 있었기에 해태 입장에서는 보통 억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HACCP: 식품의 안전성, 건전성 및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적 관리시스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해태제과는 '그 문제의 업체와 고향만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이 오해를 풀려 노력을 하였지만, 만두 파동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만두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고향만두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되지요.
이 사건으로 인해 고향만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훼손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결국 만두 파동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겪어내면서도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들을 맞아 주는 고향인 마냥, 항상 그 자리를 지켜 주고 있는 '고향만두'가 너무도 정겹게 느껴집니다.
바삭바삭 군만두/ 튀김 만두
저는 미국에 살고 있다 보니, 한국보다는 한국 식재료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답니다. 그래도 운이 좋게도 K 푸드 열풍으로 코스트코를 비롯하여 여러 큰 마트에서 한국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희귀성 있는 제품들, 예를 들면 '고향만두' 같은 큰 인기가 없는 제품들은 한인 마트에서만 구입이 가능한데요. 그것도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랜덤으로 장 보러 갔을 때 있으면 너무도 반가워 냅다 집어 오는 수준이랍니다. 그래도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특히나 머나먼 타국에서 어렸을 적 먹던 한국 제품은 언제나 추억이고 행복입니다.
그럼, 함께 만들어보아요.
재료
고향만두: 1 봉지
조리 과정
1. 냉동만두를 해동해 주세요.
조리 전날 냉장고에서 해동해 주시는 게 제일 안전하면서도 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시간이 없으시다면 실온에서 스테인리스 팬 위에 30분 정도 올려 해동하시면 시간을 단축하실 수 있답니다. ('스테인리스 해동법' 참고하세요.)
냉동상태의 만두를 바로 뜨거운 기름에 튀기면 사방팔방 기름이 뜨거운 비가 되어 뿌려지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는데요. 화상은 덤이고요. 매우 아픈 경험이 되실 수 있으니 추천하지 않습니다.
2. 속이 깊은 궁중 팬에 기름을 낙낙히 둘러 주세요.
뭐.. 반드시 속이 깊은 팬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튀겨져야 하다 보니 기름이 튀고, 기름이 튀면 가스레인지며 바닥이며 잔여 기름이 남아 뒷정리할 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기에 좀 깊은 팬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길 추천드려요.
기름은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튀기듯 구워줄 건데요. 사실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면 쉽긴 한데, 다 튀기고 난 뒤, 남은 기름이 너무 아깝고 다시 쓰자니 조금 찝찝하니까요.
3. 기름의 열이 오르면 만두를 넣고 구워주세요.
기름의 열이 적당한지 측정하려면 온도계를 쓰면 보다 정확하겠지만, 저희 집에 그런 게 없으니 부스러기 만두피 한 조각을 넣어 봅니다. 부스러기 만두피 한 조각이 튀겨지듯 기름에 닿자마자 퐈확~ 하얀 거품을 내면 된 겁니다.
4. 요리조리 돌려가며 구워주세요.
이 부분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필요한 구간인데요. 불 앞에서 한동안 만두들을 노려보며 하나씩 돌려가며 골고루 지지듯 구워줘야 완성되었을 때 색도 예쁘게 나오고 바삭함이 살아 있답니다.
5. 튀김만두 기름 빼주세요.
치킨 타올에 받쳐 만두의 기름을 빼주세요. 그리고 예쁜 접시에 담아 드시면 완성!!
6. 도시락으로 싸신다면 한 김 식혀 주세요.
저는 남편과 딸아이의 도시락으로 싸줄 것이라 점심때까지 바삭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이 노릇노릇 뜨끈뜨끈한 구운 만두를 그대로 먹이고픈 마음으로 바로 싸게 되면, 우리들의 마음과는 달리 전혀 전달도 되지 않을뿐더러 완전 눅눅해집니다.
어차피 뜨거운 것을 바로 싸 봐야 그들은 뜨끈뜨끈, 바삭한 만두는 먹지 못한답니다.
그렇다면 바삭함이라도 지켜야겠지요?
점심시간까지 이 바삭함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음이 아파도 따끈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여야 합니다. 완전히 식히십시오. 그렇다고 냉장고에 넣으시면 안 되고요. 그냥 실온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혀 남아있지 않을 만큼 식혀야 합니다. 그러면 그 바삭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점심으로 맛있게 드실 수 있답니다.
마무리
고향만두는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라면 더욱더 추억의 음식이 아닐 수 없을 텐데요. 저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에 100% 공감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마음일지는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마트에서 고향만두 한 봉지를 사 오면 쩌 주시거나 튀겨서 주셨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튀긴 만두를 더 좋아했지만, 기름이 몸에 안 좋다며 주로 쪄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정말 저희 엄마가 기름이 몸에 안 좋아서 잘 안 튀겨 주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음식을 할 수 있게 되자 저희 엄마는 항상 제게 튀김 만두를 해 달라 하셨더랬지요. 음... 지금 생각해 보니 저희 엄마는 튀김이 몸에 안 좋아서라기보다 그냥 귀찮으셨던 것 같습니다.
여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만두는 쪄 먹거나 구워 먹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저는 두 번의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첫 번째 충격은 저희 오빠가 군제대 후 고향만두 한 봉지에 구멍을 내서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동생: "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 봉지채 넣고 제정신이야?"
정신 나간 오빠: "자~ 먹어봐!! 이거 진짜 맛있어. 너 어디서 이런 거 못 먹어봤지?? 오빠니까 이런 거 해준다! "
군대에서는 다들 이렇게 먹는다며 너무 맛있으니 한번 먹어 보라며 주더라고요. 오빠니까 이런 걸 해준다는데, 정말 오빠니까 저한테 이 짓거리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냐면 태어나서 만두를 봉지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꼴은 난생처음 본터라 어이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만두가 되긴 되더라고요. 그래도 문화적 충격이랄까...
그다음, 두 번째 충격은 결혼 후! 저희 남편이 고향만두를 조리하는 방법을 보고 또 한 번 더 갸우뚱하게 됩니다.
갸우뚱 아내: "뭐 하는 거야?"
남편: "내가 만두 요리 해줄게."
갸우뚱 아내: "만두 요리?? 고향만두네?" (매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남편: "응! 간단하면서 아주 쉬워."
당연히 군대에서는 봉지에 구멍만 내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먹는다 하였으니, 또 그 추억의 맛 여행을 떠나려나보구나.. 봉지의 환경 호르몬은 곁들여서 먹겠구나 싶었지요. 근데 남편은 저희 오빠와는 달랐습니다.
갸우뚱 아내: "뭐 하는 거야? 틀렸잖아. 봉지를 다 뜯으면 어떡해? 그거 구멍 몇 개만 내면 되는데... 군대 갔다 온 거 맞아?"
남편: "에이~ 그렇게 하면 몸에 아무래도 안 좋지. 난 그렇게 안 해."
그러더니 남편은 넓은 접시를 하나 꺼냅니다. 그 접시 위에 만두를 가지런히 담더군요. 그리고는 그 위에 물을 붓기 시작합니다. 만두가 발을 물에 담근 듯... 그러나 문제는 접시가 납다닥한데, 아무리 물을 적게 담아도 찰랑찰랑 거리며 전자레인지까지 가는데 줄줄 흘리며 가더라고요.
갸우뚱 아내: '어쨌든 이건 뭐지? 새로운 공법인데?'
몇 분 후 삐삐삐~ 전자레인지는 요리가 끝이 났다며 알립니다. 기대반 호기심반... 남편의 군대식 만두는 뭔가 업그레이드된 듯한데, 모양이 좀 독특했습니다. 맛도... 기존에 먹어 보던 그런 만두의 맛과는 달랐습니다.
궁금하실 테니 대충 설명을 드리자면... 만두의 밑부분은 눅눅하고 만두의 윗부분은 만두피를 말린 것 같아 보였습니다. 맛은 보이는 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물이 닿았던 부분은 아주 흐물흐물 윗부분은 아주 딱딱해서 뱉어내야 하나? 그냥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는 그런 식감이었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봉지채 넣고 돌리 않는 센스는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갸우뚱 아내: "음... 왜 굳이 이렇게 먹어야 하는 걸까?"
남편: "군대에서는 다 이렇게 먹어. 가끔 먹으면 맛있으니까... 맛있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 힘든 시절 전우들과 함께 나눠 먹던 그 추억을, 그 맛을 저에게도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오빠와 남편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오늘은 추억의 '고향만두'의 역사와 '고향만두' 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튀김만두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늘 야식으로 '고향만두' 한 봉지 어떠세요? 남편 혹은 연인과 함께 군대의 맛을 함께 나누며 추억의 여행을 함께 떠나 보시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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